"개발자가 정한 일정을 회사가 받아들여주지 않는다" 인것 같습니다.

경영자 중에는 정말로 꽉 막힌 사람이 있어서 논리적으로 설득하려고 하면 화를 내고 고성을 질러 잠재우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설득하기에 따라서 개발자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의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논리로 합리적인 일정의 필요성을 호소합니다.

회사에서 촉박하게 일정을 잡고 개발자를 야근 시키는 이유는 역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인데 장기적으로 볼 때 촉박한 일정과 개발자의 야근은 회사의 수익을 줄어들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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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는 촉박하게 일정을 잡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렇게 하다 골로 가는 회사 여럿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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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개발자를 고용해줄 회사가 하나밖에 없다면 그렇게 개발자를 혹사 시켜도 상관 없겠지만 우리나라에는 개발자가 필요한 회사가 생각보다 많고 개발자의 경우 이직이 쉽고 노예 취급하는 회사를 위해 충성을 다할 개발자는 없습니다.

실력 있는 개발자일 수록 더 좋은 환경의 회사를 찾아간다는 것을 대부분의 경영자는 생각하지 못하는듯 합니다.

회사가 발전하려면 좋은 개발자를 확보하여야만 하고 좋은 개발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좋은 대우를 해주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야근의 고통을 호소하는 후배가 하나 있다. 가끔 만나려고 전화하면 “어제 몇 시까지 일했는지 압니까?”란 말부터 시작하는 친구였다. 그러면 나는 “그래 알았다 알았어” 하며 군소리 하지 않고 그의 요구대로 약속을 정했다. 약속만이 아니었다. 내 답답한 심정을 좀 토로할라치면 “정말 배부른 소리 합니다”하며 핀잔을 주고, 내가 하소연 한 내용의 몇 배되는 고통스런 근무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듣다 지겨우면 “아이고 세상일 니 혼자 다 한다” 하며 끊곤 했다.    

미디어다음에서 야근이슈를 진행하면서, 야근으로 고통 받는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가 아쉬웠다. 야근의 고통에 관한 얘기를 온라인상으로라도 듣고 싶어 몇 군데 관련있다 싶은 사람들에게 댓글이나 쪽지를 남기기도 했다. 별 소득은 없었다. 그런데 참 어리석은 고민이었다. 바로 옆에 좋은 취재원을 놔두고 여태껏 머릴 싸맸던 것이다.

생각이 떠오른 즉시 후배에게 전화했다. 다행히 저녁에 시간이 있다고 한다. 5월 8일 오후 7시에 그의 집 앞으로 찾아가서 인터뷰를 했다. 참고로 후배는 전기공사업종에서 일한다.

커서 : 얼굴이 좀 꾀죄죄하다. 

야근맨 : 어제 밤 11시부터 지금까지 자다가 나왔다. 베게기름 묻은 그대로다.

: 오늘 출근하는 날 아닌가?

: 맞다. 회사에는 현장에 나간 걸로 하고 집에서 잤다.

: 그래도 되나.

: 이 바닥 잔밥이 10년이 넘었는데 그것도 못 둘러대겠나. 그리고 5월1일 노동절, 5월5일 어린이날, 5월6일 일요일 모두 출근했다. 그것도 밤늦게까지. 그래도 회사에서 나보고 하루 쉬란 말이 없다. 알아서 찾아 먹지 않으면 나만 골병든다. 사실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현장에서, 회사에서 시간마다 이것저것 묻는 전화가 왔다. 

: 휴일 근무가 그렇게 빈번한가?

: 연휴 2일을 꼬박 일하고 그 다음날 하도 피곤해서 회사에 좀 늦은 적이 있었다. 사장이 전화 와서 아직도 출근 안했다고 난리를 치더라. 하도 어이가 없어서, “연휴 이틀 동안  일했는데 출근 30분 늦는다고 전화로 와 이리 야단이십니까?” 하며 따지니까 “현장은 어떻노?” 하며 말 돌리더라.

공휴일 중에 대략 50%도 못 쉴 것이다. 밤 12시까지 일하고 근처 여관에서 잔적도 숱하다. IMF 직후인 98년엔 6개월간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 당시 밤 11시 퇴근이 기본이었다. 그래도 찍소리 못했다. IMF가 어떻는데 정신을 못차렸느니 하며 사장이 더 큰 소리 쳤다.

: 수당은 주는가?
 
: 수당? 11년간 한 번도 받은 적 없다. 욕만 안 들어 먹으면 다행이다. 평일엔 자기 골프 치러 다니면서 직원들이 쉬어야 하는 일요일에 일부러 현장 나와서 직원들이 있나 없나 체크한다. 그래서 현장에 없으면 “느그가 공무원이야? 노가다 하는 놈들이 일요일이 어딨어.” 이러고 난리 친다. 정말 이럴 때는 돌아버린다. 몇 번을 참았다. 한 번 작심하고 사무실로 들어갔는데 다행히(?) 자리에 없더라. “사장 없네” 하며 가볍게 욕을 날렸더니 부장이 놀래더라. 

: 노동부나 근로감독관에서 조사나오거나 노동자에게 비밀 설문조사 같은 걸 하지는 않나?

: 근로감독관? 왔는지 안왔는지 모르겠다. 난 한 번도 본적 없다. 설문조사 받은 적도 없다.

: 일반적인 예는 아닌 것 같다. 사장이 좀 도를 넘은 사람 같은데.

: 맞다. 업계에서도 소문났다. 돈 문제는 더 하다. 와이프와 둘이서 회사 법인카드 2개와 회사차 2대를 쓴다. 그리고 사장의 보험도 회사돈으로 납입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한달에 가져가는 돈이 총 2천만원이 넘는다. 이렇게 가져가면서 현장이 좀 줄어들면 적자라고 징징거린다. 장부상은 적자 맞다. 그런데 그 적자의 대부분이 자기가 가져가는 돈이면서 왜 직원들에게 우는 소리 하느냐 말이다. 결국 직원들 줄 돈 뺐어서 자기가 쓰겠다는 거다.

내가 정확히 아는 탈세만도 3억이다. 직원 4명이서 한 해 15억 넘게 순이익을 거둔 적이 있다. 보통 이럴 땐 직원에게 어느 정도 성과급을 준다. 어차피 세금으로 나갈 돈 성과급으로 주는 게 낫기 때문이다. 솔직히 깨놓고 성과급 좀 부풀리면 탈세하기도 쉽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도 주기 싫어 매입자료 다 구해서 혼자 먹는 사람이다.

IMF 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다. 휴대폰 요금도 내주고 보너스도 지금의 두 배가 넘었다. 그런데 IMF 터지니까 막 나가더다. 직원들 업무 비용도 맘대로 깍고 없앴다. 10년이 지났는데 지금도 그 놈의 IMF 타령이다.

: 월급은 얼마인가?

: 200만원 좀 넘는다. 보너스 다 합치면 연봉 2700만원 쯤 된다. 이것 저것 다 제하면 손에 떨어지는 돈은 월 180만원 정도다. 이쪽 업계가 웃긴게, 퇴직금도 연봉으로 계산하는 못된 버릇이 있다. 사업주가 강제로 매년 퇴직금 정산을 해버린다. 그거 합치면 2900이다. 

이런 걸 바로 막가파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탐욕과 지배욕이 있다. 그러나 이런 개인의 욕구들은 사회적으로 순화되어 나타난다. 후배의 사장이 거친 욕구들을 맘대로 드러내는 것은 그의 욕구가 사회적으로 통제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어렵다’라는 일부의 호통에 우리는 이런 사업주들이 맘대로 행동하도록 방치해 버렸다. 불법과 비인간적 행위를 하고도 이런 막가파들이 아무런 죄의식도 못 느끼고 오히려 큰소리 칠 수 있었던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되자’라는 구호 덕분이었다. 그들이 얼마나 돈을 벌어야 이 구호가 없어질까? ‘일하기 좋은 나라’는 우리 사회의 비전이 될 수 없는 걸까. 

: 업무량이 많은 것은 결국 직원들이 적다는 말 아닌가?

: 적은 것이 맞다. 현재 우리 회사 직원은 사장 빼고 여자 1명과 남자 4명이다. 여자 경리사원은 2명은 되어야 하고 기사는 6명 정도는 되어야 한다. 현장이 많을 땐 7개가 넘는데, 기사 한 명당 2개씩 맡으면 빠듯하다. 3개까지 맡는 경우 현장에서 동시에 전화 올 땐 정말 정신없다. 그리고 현장이 마감할 때면 업무가 많아 휴일 못 쉬는 경우가 많다. 설계사무소에서 견적 뽑아달라고 할 땐 밤샘 각오해야한다. 몇 센티 두께의 설계서를 붙잡고 씨름하는데 4-5일 걸릴 일을 2-3일 안에 보내라고 한다. 그러면 밤샘 말고 방법이 없다. 낮엔 현장 관리하고 밤에 따로 설계서 붙잡고 골 싸매는 거다. 이건 어느 회사나 다 마찬가다. 직원 넉넉히 두고 일 시키는 데는 거의 없을 것이다.

: 기사 한 명이 현장을 2개 이상 못 맡게 법으로 정하면 어떨까?

: 그건 좀 웃기는 법이다. 현장의 여건과 조건에 따라 5개 이상 맡아도 업무에 부하가 안 걸릴 수 있다. 그보다는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하는 직원의 숫자를 다시 올리는 게 맞다. IMF 이전엔 기사 1급 1인 이상, 기사 2급 2인 이상, 기능사 2인 이상이 회사를 차리는 기본 조건이었다. 그런데 IMF 이후 이 조건이 완화되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뀌었고, 기사 2급 1인 이상, 기능사 2인 이상이면 가능하게 되었다.

현장 숫자 제한해봤자 헷갈리기만 하고 또 빠져나갈 방법을 찾게 된다. 사람을 귀하게 만들어야 한다. 법의 기준이 낮아져서 사람이 안 귀하니까 사업주들이 사람을 막 대하는 거다. 1급 1인 이상일 때 기사 1급이 대접받았다. 예전처럼 회사설립 기준을 강화해서 5명 이상 고용하지 못하면 회사 못 만들게 해야 한다.

처음 3명으로 기준이 낮아졌을 때 사업주들 좋아했다. 기존 직원 내보내서 인건비 아껴 좋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전부 울상이다. 기준이 낮아지니 너도 나도 회사를 차리는 것이다. 경쟁이 더 심해졌다. 결국 지 발등 자기가 찍은 꼴이다. 사업주는 돈 벌기가 더 힘들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우리 같은 건설노동자에게 돌아온다. 법만 다시 강화되어도 건설 노동자 야근은 많이 줄어들고 대학생 취업문제도 일부 해결될 것이다.

사실 그의 말은 약간 모순이 있다. 회사설립기준을 낮추면 더 많은 회사가 생겨서 사람이 더 귀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보니 수긍이 가는 점도 있다. 설립기준을 낮추어 사람에 대한 수요는 많아졌을지 모르나 회사 내의 정치 주도권은 높아진 인력 유동성으로 사업주가 완전 주도하게 되었다. 5명보다는 3명이 더 조정하기 쉽다. 따라서 사업주는 근무조건 등을 직원들 눈치 안보고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IMF 이후 이런 소기업 노동자들의 정치력이 거세당하면서 회사에 사장과 직원간의 정치가 사라지고 독재만 남았다. 근로감독관이 밤새가면서 왜 헛고생을 할 필요 없다. 노동자의 정치력만 복원해주면 사업주와 노동자간에 자율적으로 해결하게 된다.

: 결국 돈 문제가 아닌가.

: 맞다. 우리 회사는 여유가 있으면서도 안 챙겨줘서 문제지만 다른 회사들은 일 시키고도 줄 돈이 없어 못 준다. 현장이 언제 셍길지 모르는데 막 집어줄 수는 없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 사람을 넉넉히 뽑을 수 없다.

몇 년간 건설경기 대 호황이었다. 대규모 건설회사 주가를 봐라. 엄청나게 올랐다. 그런데 소규모 업체나 노동자들은 돈 벌었다는 사람이 없다. 호황일 때 그럭저럭 버티다 조금만 경기가 안 좋아 현장에 못 나가면 좌불안석 하다 스스로 관둬버리는 기사들이 많다. 뻔히 돈 없는 거 아는데 어떻게 버틸 수 있나? 큰 대규모 업체만 좋았다. 그 대기업의 광고를 받은 매체들과 광고모델들만 신났다. 우리가 고생했는데 돈은 왜 연예인과 신문들이 벌어 가는가? 대기업에서 우리들의 피와 땀을 빼서 그들에게 준 것이다.

: 대기업이 어떻게 착취한다는 말인가?

: 아파트 시공사로 선정된 대기업은 분야별로 최저입찰로 공사를 떼어준다. 처음 설계가가 100이면 65에 낙찰되고 그런다. 그러면 대기업은 앉은 자리에서 35를 남기는 것이다.

: 시공사도 경쟁입찰이 아닌가? 그들도 가격경쟁을 해서 발주받은 거 아닌가.

: 그들만의 리그다. 올해 초에도 분양가 담함 판정받았다는 뉴스가 나왔다. 안봐도 비디오다. 대기업 건설업체가 몇 개 되나? 그거 가격 담함하는 거 얼마나 쉽겠나. 반면 그 밑에서 하청을 받는 업체들은 엄청나게 많다. 피터지게 경쟁할 수밖에 없다. 설계가격 100이 50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숱하다. 이러니 대기업이 돈을 못 벌 수가 있는가 말이다. 자기들은 경쟁 안하고 분양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밑에는 피터지게 경쟁시키는 데 어떻게 돈을 못 버는가. 땅 짚고 헤엄치기다. 대기업 중에서도 특히 악랄한 업체가 있는데, 거기는 돈도 안받고 두 손 들고 나가는 하청업체가 허다하다고 한다.

: 대기업에서 적정한 이윤을 보장받지 못한 하청업체가 결국 노동자의 임금에서 남기는 건가.

: 설계가 100에서 50은 자재비고 50은 노무비고 하청업체가 이 공사를50에 낙찰받았다 치자. 그러면 업체는 모자라는 50을 어디서 보충하겠는가. 자재비엔 한계가 있다. 노무비에서 남길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이 제일 고생하는 거다. 대기업의 그 엄청난 이익이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를 착취한 것이다.

: 방법이 없을까?

: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 현재는 대기업이 관리가 힘들다는 이유로 턴키로 한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더 남겨먹으려는 속셈이다. 통째로 다 받아 하청업체에 재하청 주면서 이익을 챙기려는 거다. 이렇게 하면 전문업체 노동자들이 힘들다. 건설 품질도 당연히 내려갈 수밖에 없다.

: 내 생각엔 노무비를 일정 비율 이상 못 깍게 하는 게 어떨까 싶다. 노무비는 사람의 노동 가격이다. 터무니 없는 가격에 사람의 노동을 산다는 것은 인권침해가 될 수도 있다. 경쟁을 해도 인건비는 건드려선 안된다. 노동이야 말로 가격이 아니라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 노무비를 설계가의 일정비율 이하로 일을 시킨 업체는 인권침해범으로 구속시키는 등의 법이 정해져야 할 것같다. 브라질 등 외국에선 하청업체의 불법근로에 원청업체가 구속되기도 한다. 이러면 원청업체가 싼 가격만 보고 착취를 일삼는 업체에 하청을 주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도급법을 정비하고 새로운 법을 첨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럼 앞으로 얼마나 더 일할 것 같나?

: 지금 건설현장을 전부 떠난다. 누가 이런 델 붙어있나. 나도 1년 안에 관둘 계획이다. 1년 정도 고용보험으로 버티고 중간 중간 일당으로 보충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개인사업을 알아볼 것이다. 그게 몸도 편하고 훨 낫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웃기고 자빠졌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려다 '일하기 고통스런 나라'가 되었다. 대학생들 물어봐아 건설현장 오려는 사람 없다. 예전엔 돈이라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돈도 작고 일은 더 빡시다. 나도 일 안할거다. 최대한 쉽게 살기 위해 온갖 잔머리 다 굴리고 살거다. 내가 열심히 일해봤자 배부르는 사람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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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걱정되는 것은 한국의 IT 산업 자체다. 

"IT 강국“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이 구호가 모래위에 지어놓은 집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일을 하기 위하여 기획하고 설계하고 구현하는 프로세싱이 있습니다. 그 프로세싱 대로 일하는 것을 우리는 못합니다. 누구도 그렇게 제대로 일을 배우지 못했지요”

“7년 이상의 선임급 개발자들은 직장 안에서 갈 곳이 없습니다. 전업을 하든지 프리랜서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새로 오는 개발자들을 가르칠 수도 없고, 신입 개발자들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IT 기술 축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기술이 축적되어 새로운 기술로 발전하거나 새 프로젝트에 이용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축적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없습니다. 전부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한국 IT 산업은 정말 그렇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발주물들은 몇 개의 메이저회사가 독점한다. 그 메이저들은 심지어 10억짜리 프로젝트도 먹어치운다. 물론 자체 개발이 아니다. 그렇게 하여 메이저 출신 임원이 세운 회사에 하청을 주고 또 그 임원이 세운 회사에 재하청을 주고 또 개발자가 만든 회사에 주고... 그렇게 긴 먹이사슬 속에서 메이저들은 공룡처럼 커졌다.

이제 그 메이저들은 개발인력이 없어도 된다. 그저 전화기만 붙들고 지시하면 된다. 설계는 어느 때 바꾸어도 문제가 없다. 그저 조그만 협박에 조그만 불만을 말하면 다시 처음부터 할 수 있다. 어디나 있는 개발자들. 뭐 그리 어려울까.

“쉬운 얘기로 그 메이저 회사 기획자들 PM들이 제대로만 한다면, 아니 자격있는 사람들만 있다면 한국 IT 개발분야가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습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고 싶다. 

대다수의 개발자들은 중고등학교부터 컴퓨터를 천직으로 알고 매달린 사람들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건 프로그램 하나 완성하면 모든 지난 고통은 없어진다.

“너무 힘들어서 내일 그만 두어야지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프로젝트 마무리가 머리에 떠오르고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몸이 아픈 줄도 모릅니다. 하나의 완성물을 만들어 가는 것,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에 무척 재밌습니다.”


몸이 아픈 것, 가정 생활의 어려움 등을 생각해보면 이들은 한편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아지 자초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고민은 다른 더 깊이 있다. 그것은 내일을 바라 볼 수 없게 되어버린 IT 개발자들의 희망이다.

하긴 정보통신부는 힘겹게 제도들을 만들어 낸다. 하청금지에 대한 제도적 노력도 하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제고하는 정책도 만든다. 그런데 결국 그것은 책상앞의 정책일 뿐이다. 소프트웨어진흥공단에서 만드는 모든 회의석상에 현업 개발자들의 자리는 없다. 모두 교수들과 관료들, 그리고 경영자들일 뿐이다.

현장과는 유리된 정책들이 양산되고 개발자들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법이 없어 개발자들의 노동환경이 안바뀌는 것이 아니다. IMF 이후로 그렇게 되어 왔다. 잠시 참으면 될 줄 알았던 IT 산업 환경이 고착되어버린 것이다.

꿈꾸는 예비 개발자들

평생 개발의 꿈을 가지고 세상을 나오려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컴퓨터에 미친 고등학생들, 그리고 관련학과 학생들이다. 그들에게 선배 개발자가 하는 말은 망치로 머리를 맞는 기분일 것이다.

“12년 개발자를 했지만 바라는 것은 50이 넘어서까지 코딩하는 것입니다. 내겐 너무 즐겁고 재미있는 이 일을 환경의 문제 때문에 그만둬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렇게 해 준다면 바랄 것이 없습니다.”

이들은 외국 파견 기간 중 만났던 50이 넘은 외국 개발자들이 부럽기만 하다. 심지어 17년차가 해외 파견을 가도 프로젝트 중 만난 사람들보다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한다. 두껍게 털 난 손으로 테스트하고 기획하는 개발자들이 무척이나 부럽다. 이런 환경이 안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국 IT개발자 중 7년차 이상의 개발자들이 회사에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새로 들어온 모든 예비 개발자들은 선배로부터 배우지도 못하고 축적된 기술의 라이브러리도 없고 그래서 다시 소모적인 개발자로 전락한다. 이들이 개인적 기술을 어느정도 정리 한 7-8년차가 되는 순간 또다시 선배처럼 결정을 해야 한다. 전업이든지, 떠나든지, 프리랜서로 남든지. 환경이 이렇다면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개발자들이 무언가 할 수 있으면 바뀔까

그래도 무언가는 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이 장인들인 개발자들은 너무도 현실에서 무력하다. 스스로 무력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게 되도록 개인으로 파편화 되어있고 해고의 위험에 매일 직면한다. 이들은 그냥 노동자들이 아니다. 자신들이 관리해야 레퍼런스가 있다. 그렇게 늘 성공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또 개발자 중 거의 다는 하청업체에 있거나 그렇게 계약한다. 이들은 늘 오합지졸처럼 프로젝트 따라 모이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흩어진다. 그러므로 대다수가 파견직이며, 그 회사로 출퇴근한다. 노조가 쉽게 만들어질 턱이 없다. 많은 노조들이 많은 희생을 담보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사업장조차 떨어져 있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성과관리를 원청에서 하는 경우 역시 드물다. 쉽지 않다

그러나 무언가 해야 한다. 이 말에 누구나 그렇다고 말하지만 이들 속에 있는 그 자괴감과 허탈함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사회가 원하는 것과 같다. 혹, 기업주가 원하는 것과 같다. 진정한 IT 강국이 되는 것. 축적된 기술로 제대로 된 개발자를 육성하는 것. 그들이 적절하게 대우 받는 것. 그런 것이다.

이들은 야근을 수당 청원에 조심스러워 한다. 야근은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잔반적인 풍토를 바꾸어야 하는 것일 터. 야근 하나 때문만이 아니다. 그 야근 문화의 변화와 야근 수당 등의 권익 보호가 자기들이 원하는 일터를 건강하게 만드는 아주 작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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