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상황에서의 유머

한광일 한국웃음센터 원장

마르크스의 공상의 나라에서 대통령이 되었다. 그때 인접 국가와 전쟁이 일어났다. 일선에서는 참호를 파는 등 전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우선 어떻게 참호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하고 대통령의 지시를 기다렸는데, 그 부분부터 마르크스 형제의 개그다움을 엿볼 수 있다.
“잘 만들어진 참호를 사다가 설치하라!”
탱크나 대포라면 몰라도 구멍과 같은 공간을 사오라고 하는 발상 자체부터가 매우 우습기 짝이 없다.
그러자 부하도 어지간한 사람이었는지 또다시 묻는다.
“어떤 형태의 참호가 좋겠습니까?”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대통령이 무릎을 탁 치며,
“사람의 목 높이 정도 되는 것으로 하라. 그렇게 되면 총이 없어도 되잖나.”
하고 말하자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다.
그러자 대통령은 또 자랑스럽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머리까지 쑥 들어가는 참호면 더욱 좋아. 그러면 병사가 필요 없으니까!”
이런 엉뚱한 발상에서 나타나는 재미라고나 할까. 구멍 속에 들어가면 총이나 사람이 적에게 보이지 않으므로 차라리 필요가 없다고 하는 것이다.
아무튼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도 생략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가 웃는 사람에 우리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어떤 불순한 생각을 들킨 것 같은 쑥스러움마저 느끼게 하는 개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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