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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걱정되는 것은 한국의 IT 산업 자체다. 

"IT 강국“이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이 구호가 모래위에 지어놓은 집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일을 하기 위하여 기획하고 설계하고 구현하는 프로세싱이 있습니다. 그 프로세싱 대로 일하는 것을 우리는 못합니다. 누구도 그렇게 제대로 일을 배우지 못했지요”

“7년 이상의 선임급 개발자들은 직장 안에서 갈 곳이 없습니다. 전업을 하든지 프리랜서로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새로 오는 개발자들을 가르칠 수도 없고, 신입 개발자들은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IT 기술 축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기술이 축적되어 새로운 기술로 발전하거나 새 프로젝트에 이용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축적될 수 있는 기업문화가 없습니다. 전부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한국 IT 산업은 정말 그렇다.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발주물들은 몇 개의 메이저회사가 독점한다. 그 메이저들은 심지어 10억짜리 프로젝트도 먹어치운다. 물론 자체 개발이 아니다. 그렇게 하여 메이저 출신 임원이 세운 회사에 하청을 주고 또 그 임원이 세운 회사에 재하청을 주고 또 개발자가 만든 회사에 주고... 그렇게 긴 먹이사슬 속에서 메이저들은 공룡처럼 커졌다.

이제 그 메이저들은 개발인력이 없어도 된다. 그저 전화기만 붙들고 지시하면 된다. 설계는 어느 때 바꾸어도 문제가 없다. 그저 조그만 협박에 조그만 불만을 말하면 다시 처음부터 할 수 있다. 어디나 있는 개발자들. 뭐 그리 어려울까.

“쉬운 얘기로 그 메이저 회사 기획자들 PM들이 제대로만 한다면, 아니 자격있는 사람들만 있다면 한국 IT 개발분야가 이렇게 망가지지는 않았습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갖고 싶다. 

대다수의 개발자들은 중고등학교부터 컴퓨터를 천직으로 알고 매달린 사람들이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건 프로그램 하나 완성하면 모든 지난 고통은 없어진다.

“너무 힘들어서 내일 그만 두어야지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프로젝트 마무리가 머리에 떠오르고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몸이 아픈 줄도 모릅니다. 하나의 완성물을 만들어 가는 것,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기 때문에 무척 재밌습니다.”


몸이 아픈 것, 가정 생활의 어려움 등을 생각해보면 이들은 한편 이기적인 사람들이다. 아지 자초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고민은 다른 더 깊이 있다. 그것은 내일을 바라 볼 수 없게 되어버린 IT 개발자들의 희망이다.

하긴 정보통신부는 힘겹게 제도들을 만들어 낸다. 하청금지에 대한 제도적 노력도 하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제고하는 정책도 만든다. 그런데 결국 그것은 책상앞의 정책일 뿐이다. 소프트웨어진흥공단에서 만드는 모든 회의석상에 현업 개발자들의 자리는 없다. 모두 교수들과 관료들, 그리고 경영자들일 뿐이다.

현장과는 유리된 정책들이 양산되고 개발자들의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법이 없어 개발자들의 노동환경이 안바뀌는 것이 아니다. IMF 이후로 그렇게 되어 왔다. 잠시 참으면 될 줄 알았던 IT 산업 환경이 고착되어버린 것이다.

꿈꾸는 예비 개발자들

평생 개발의 꿈을 가지고 세상을 나오려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컴퓨터에 미친 고등학생들, 그리고 관련학과 학생들이다. 그들에게 선배 개발자가 하는 말은 망치로 머리를 맞는 기분일 것이다.

“12년 개발자를 했지만 바라는 것은 50이 넘어서까지 코딩하는 것입니다. 내겐 너무 즐겁고 재미있는 이 일을 환경의 문제 때문에 그만둬야 하는 현실입니다. 그렇게 해 준다면 바랄 것이 없습니다.”

이들은 외국 파견 기간 중 만났던 50이 넘은 외국 개발자들이 부럽기만 하다. 심지어 17년차가 해외 파견을 가도 프로젝트 중 만난 사람들보다 나이가 젊은 축에 속한다. 두껍게 털 난 손으로 테스트하고 기획하는 개발자들이 무척이나 부럽다. 이런 환경이 안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한국 IT개발자 중 7년차 이상의 개발자들이 회사에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새로 들어온 모든 예비 개발자들은 선배로부터 배우지도 못하고 축적된 기술의 라이브러리도 없고 그래서 다시 소모적인 개발자로 전락한다. 이들이 개인적 기술을 어느정도 정리 한 7-8년차가 되는 순간 또다시 선배처럼 결정을 해야 한다. 전업이든지, 떠나든지, 프리랜서로 남든지. 환경이 이렇다면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 악순환을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개발자들이 무언가 할 수 있으면 바뀔까

그래도 무언가는 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이 장인들인 개발자들은 너무도 현실에서 무력하다. 스스로 무력하다는 말이 아니다. 그렇게 되도록 개인으로 파편화 되어있고 해고의 위험에 매일 직면한다. 이들은 그냥 노동자들이 아니다. 자신들이 관리해야 레퍼런스가 있다. 그렇게 늘 성공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또 개발자 중 거의 다는 하청업체에 있거나 그렇게 계약한다. 이들은 늘 오합지졸처럼 프로젝트 따라 모이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흩어진다. 그러므로 대다수가 파견직이며, 그 회사로 출퇴근한다. 노조가 쉽게 만들어질 턱이 없다. 많은 노조들이 많은 희생을 담보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사업장조차 떨어져 있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성과관리를 원청에서 하는 경우 역시 드물다. 쉽지 않다

그러나 무언가 해야 한다. 이 말에 누구나 그렇다고 말하지만 이들 속에 있는 그 자괴감과 허탈함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사회가 원하는 것과 같다. 혹, 기업주가 원하는 것과 같다. 진정한 IT 강국이 되는 것. 축적된 기술로 제대로 된 개발자를 육성하는 것. 그들이 적절하게 대우 받는 것. 그런 것이다.

이들은 야근을 수당 청원에 조심스러워 한다. 야근은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잔반적인 풍토를 바꾸어야 하는 것일 터. 야근 하나 때문만이 아니다. 그 야근 문화의 변화와 야근 수당 등의 권익 보호가 자기들이 원하는 일터를 건강하게 만드는 아주 작은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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